세계적인 폰트 디자이너 고바야시 아키라는 어떻게 디자인을 시작했고, 그의 경력에서 어떤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을까요? 빠르게 변하는 디자인 업계에서 그는 어떻게 꾸준히 창작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모노타입(Monotyp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2022년 TDC 메달 수상자인 고바야시 아키라 선생님을 만나, 그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고바야시 아키라는 "서양 폰트의 제1인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디자이너입니다.
이 인터뷰는 폰트 디자인 회사 모노타입과 히브랜드(Hiiibrand)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고바야시 아키라는 두 번이나 히브랜드 어워즈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3type의 공동 창립자인 리 지첸이 특별 인터뷰어로 참여해, 고바야시 아키라의 디자인 시작부터 현재의 폰트 업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코바야시 아키라 Monotype Creative Director
코바야시 아키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양 폰트 디자이너로, 2022년 TDC 메달을 수상하며 "서양 폰트의 제1인자"로 불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입니다. 2002년에는 헤르만 자프(Hermann Zapf)가 디자인한 옵티마(Optim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옵티마 노바(Optima Nova)를 선보였고, 2009년에는 아드리안 프루티거(Adrian Frutiger)와 협력해 프루티거 폰트 패밀리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현재까지 코바야시 아키라는 *Avenir Next*, *Between*, *DIN Next* 등 50여 개의 폰트 시리즈를 디자인했으며, 장성 자동차, 텐센트, 알리바바, 소니, UBS, 파나소닉 등 다양한 기업을 위한 맞춤형 폰트를 설계했습니다. 또한, 일본어 폰트인 쇼카쿠(翔鶴)와 쇼라이(松籁) 디자인도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리 지첸 3type 공동 창립자
리 지첸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 폰트 연구, 그래픽 디자인, 공간 구성, 제품 디자인, 영상, 글쓰기, 번역, 큐레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TheType*의 저자이자 "상하이 활자" 연구 프로젝트의 발기인이며, 폰트 회사 3type(三言)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또한, 상하이 미술학원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의 특별 연구원이자 상하이 비주얼 아트 학원의 초빙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뉴욕 타입 디렉터스 클럽(TDC) Ascender 상의 심사위원을 맡았습니다.
학업과 직장
Q: 일정 기간 일한 후 유럽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심하셨는데,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사회 경험 없이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밟거나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학위를 취득하기도 합니다. 폰트 디자인 업계에서 유명 학교 졸업이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직장 경험과 학업 경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저는 학업보다 직장 경험과 실무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폰트 디자인은 매우 특별한 기술이라 단기간의 학업이나 수업만으로는 제대로 익히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뛰어난 서예가라 해도, 반드시 훌륭한 폰트 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닙니다.
직장
Q: 중국에서는 "35세 위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35세가 되면 수입, 직장, 가정에서 큰 압박을 받는다는 뜻인데요. 당신은 37세에 TypeBank를 떠나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하셨나요?
A: TypeBank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껴서 떠나기로 했습니다. 1994년에 아내와 결혼했는데, 당시 아내는 TypeBank에서 컴퓨터 오퍼레이터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1990년대 후반 제 작업을 아내가 많이 도와줬죠.
우리는 검소하게 살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서 저는 디자인 작업을 했고, 아내와 함께 1997년에 태어난 첫째 아들을 돌보며 생활했습니다. 그게 우리 가족의 생활 중심이었죠.
폰트 디자인 교육
Q: 최근 많은 나라의 학교에서 폰트 디자인 과정을 개설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의 대학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폰트 디자인 교육은 크게 성장하고 다양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본과 중국의 여러 학교에서 초빙 교수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폰트 디자인 교육이 그래픽, 산업, 패션, 건축 디자인 등 다른 디자인 분야와 비교해 어떤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일본 디자이너 토리우미 오사무가 채택한 전통적인 문자 교육 방식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일본어 폰트를 디자인할 때,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정확하게 그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문자가 일본어 텍스트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죠. 토리우미 선생님이 붓을 사용해 가나 문자를 쓰며 기초를 가르치는 방식은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라틴 알파벳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양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폰트 디자인은 기능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기존 폰트와는 차별화되면서도 독자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하죠. 이는 다른 디자인 분야와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 디자인은 실제로 사용 가능해야 하고, 패션 디자인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어야 하며, 건축 디자인은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이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폰트 복각
Q: 최근 많은 폰트 디자인 과정에서 폰트 복각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시대의 폰트가 복각되었는데, 복각 외에도 폰트 디자인을 배우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또한, 젊은 디자이너가 폰트를 복각할 때, 원본 그대로 복원하는 것과 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을 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A: 과거 폰트를 그대로 복각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종종 오래된 폰트를 연구하지만, 그저 복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1세기 현대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과거에서 영감을 받은 폰트라도 현재 상황에서 잘 작동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창작이 과거 디자이너들의 많은 시행착오 덕분에 가능하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동아시아로의 회귀
Q: Tazugane Gothic을 시작으로 선생님께서는 다시 동아시아 폰트 디자인에 참여하셨습니다. 서양 폰트 디자이너로서 잘 알려진 선생님이 일본어 폰트 개발에 다시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계신가요?
A: 2010년 이후 일본어 폰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Tazugane Gothic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보통 새로운 일본어 폰트를 만든 후, 이를 Helvetica 같은 인기 있는 서양 폰트를 참고해 라틴 문자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류였습니다. 저는 이런 방식 대신, 이미 완성도 높은 서양 폰트를 일본어 폰트 디자인에 직접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Tazugane Gothic은 서양 문자와 일본어를 함께 쓸 때 그 조합의 품질을 크게 개선한 폰트입니다.
한자 디자인
Q: 선생님께서는 Shaken, Jiyukobo, TypeBank에서 일하며 한자와 가나 디자인을 익히셨습니다. 오랜 시간 라틴 폰트 디자인을 하신 후, 다시 한자와 가나 디자인을 보면 어떤 새로운 시각이 생기셨나요? 그런 변화가 Tazugane Gothic과 Shorai Sans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A: Tazugane Gothic과 Shorai Sans는 일본어 폰트 디자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라틴 폰트를 따라 일본어 폰트를 만드는 것은 글자의 모양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양 문자와 일본어 폰트가 그 쓰임새와 목적에서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디자인 경연
Q: 1998년부터 4-5년 동안 선생님이 디자인한 폰트들이 많은 국제 상을 받았습니다. 그 이전에도 국제 폰트 경연에 참가한 적이 있나요? 왜 그 몇 년 동안 수상이 집중되었나요? 경연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A: 사실 특별한 전략은 없었습니다. 그냥 제가 만든 폰트를 서양의 폰트 경연이나 폰트 회사에 제출해보고, 그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어요. 1990년대 중반, 제가 Clifford 폰트를 디자인할 때, 그 견본을 Hermann Zapf 선생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이제 전통적인 디자인만으로는 주목받기 어렵다며 독창적인 제목용 폰트를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만약 제가 전략적으로 준비한 게 있었다면, 그분의 조언을 따른 것이 전부였을 겁니다.
디자인 스타일과 탐구
Q: 선생님 경력을 보면 독특한 폰트는 많지 않지만, 딩뱃 폰트인 *Japanese Garden Ornaments*를 디자인하셨습니다. 폰트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봐야 할까요, 아니면 먼저 기본적인 본문용 폰트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A: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탐구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어떤 스타일을 시도하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방향을 정하려고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폰트 기술
Q: 인공지능이나 컬러 폰트 같은 최신 폰트 기술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이런 기술을 프로젝트에 사용해보고 싶으신가요?
A: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런 기술에 관심은 있지만, 그 분야에 시간을 많이 쏟고 싶지는 않습니다.
흑과 백
Q: 선생님께서는 폰트 디자인에서 네거티브 스페이스(글자 사이의 빈 공간)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십니다. 하지만 다른 디자이너들은 이 부분을 다르게 접근합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이 공간에 매우 민감하게 신경 쓰고, 또 어떤 사람은 전체적인 디자인의 일관성을 더 중시합니다. 일부는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네거티브 스페이스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 주제도 유파나 스타일로 나눌 수 있을까요?
A: 디자이너마다 생각이 다르며, 글자 간격은 각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치 같은 클래식 악보라도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리듬과 표현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