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로 만드는 브랜드 정체성: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실제 사례 분석

폰트는 브랜드의 감정과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무언의 전략 자산이다”

브랜드의 이미지와 영향력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금, 폰트는 더 이상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폰트는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내고,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설명하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느낄지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 자산입니다. 어떤 폰트를 고르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인지도와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TRANSSION(전신), Boehringer Ingelheim 등 국내외 브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폰트를 어떻게 ‘말 없는 대변인’처럼 활용해 브랜드 전략에 녹여낼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무언의 전략: 폰트는 어떻게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하는가?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이야기할 때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신뢰감 있는 분위기인지, 혁신적이고 대담한 이미지인지, 아니면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인지. 폰트는 이런 추상적인 감정을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하는 시각 언어로, 브랜드가 어떤 존재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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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f(세리프체): 글자 획 끝에 작은 장식선이 있는 폰트로, 구조가 단단하고 힘 있는 인상을 줍니다. 긴 글에서도 안정적인 리듬을 유지해 고전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책이나 잡지 같은 정식 출판물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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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s Serif(산세리프체): 장식 없이 깔끔한 선으로 이루어진 폰트입니다. 현대적이고 명료한 느낌을 주며, 화면에서도 가독성이 좋아 디지털 환경에서 특히 강점을 보입니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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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pt(스크립트): Display(디스플레이) 손글씨 느낌이나 특정 테마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개성 강한 폰트입니다.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긴 본문보다는 제목이나 강조 요소처럼 시선을 끌어야 하는 부분에 적합합니다.

사례: 

레드닷 수상, 크라우드펀딩 100만 돌파. AI 하드웨어 신예 브랜드는 어떻게 폰트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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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로컬 스토리지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한 기술 브랜드 Zettlab은 디자인 스튜디오 zerOh!와 협업해 Monotype의 Manier를 브랜드의 핵심 폰트로 채택했습니다. 기존의 기하학적이고 차가운 인상을 벗어나, Manier가 가진 리듬감 있는 획과 강렬한 세리프를 활용해 브랜드에 감정적 긴장감과 뚜렷한 존재감을 더했습니다. 이 선택은 브랜드의 시각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감정의 연결: 폰트가 지닌 인간미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단순한 정보보다 진정성과 감정적 연결을 더 강하게 기대합니다. 폰트는 브랜드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며 사용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혀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Frutiger(프뤼티거)나 Gotham(고담) 같은 클래식 폰트는 손글씨 리듬에서 영감을 받아 약간의 불완전함이 남아 있는데, 이 미묘한 특징이 브랜드를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보이게 합니다. 또 특정 시대의 분위기를 담은 폰트를 사용하면 소비자의 기억과 감정을 자극해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구, 뷰티, 식품 브랜드들은 ‘집의 온기’를 표현할 때 이런 감성 기반 폰트를 자주 활용합니다.

사례: 

디자인이 ‘인문적 감성’과 ‘따뜻함’을 원할 때, 폰트는 어디까지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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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type은 OPX Studio와 함께 영국에서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Trussell Trust를 위한 전용 서체 TogetherSans를 만들었습니다. 이 폰트가 특별한 이유는 일부 글자가 실제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행사에서 직접 적은 손글씨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이 직접 쓴 따뜻한 손글씨의 느낌을 폰트에 담아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사람을 향한 진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입니다. 누구나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분위기를 폰트 자체로 표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술의 가능성: 폰트로 디지털 흐름에 적응하기 

브랜드 폰트 전략은 단순히 로고나 색상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맞게 브랜드의 운영 방식을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폰트는 이제 브랜드를 떠받치는 중요한 인프라가 되었고, 훨씬 넓은 표현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변 폰트(Variable Fonts)입니다. 굵기, 너비, 기울임 같은 요소를 하나의 파일 안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동적인 디자인이나 반응형 레이아웃을 만들 때 큰 효율을 줍니다.

또한 접근성(accessibility)도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면 대비, 스크린 리더 지원, 다국어 문자 제공 같은 요소는 단순한 기술적 요건을 넘어, 브랜드가 얼마나 포용적이고 책임감 있게 소통하는지 보여주는 기준이 됩니다.

사례: 

이름조차 읽기 어려운 글로벌 제약사, 어떻게 커스텀 폰트를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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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의 Boehringer Ingelheim(베링거 인겔하임)은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대형 광고판처럼 큰 화면부터 의약품 안내서 같은 작은 인쇄물까지 모두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폰트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요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폰트가 바로 Boehringer Forward입니다.

이 가변 폰트는 다양한 크기와 언어 환경에서도 브랜드가 지향하는 단단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보여줍니다. 덕분에 어디에서 보더라도 같은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는 통일된 시각 경험을 제공하게 되었죠.

해외 확장: 커스텀 폰트의 전략적 가치 

브랜드가 한 시장에서 뚜렷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다음 단계는 그 이미지를 글로벌 시장에서도 똑같이 전달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의 톤과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커스텀 폰트는 더 이상 선택적인 요소가 아니라, 실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략적 도구로 자리합니다.

맞춤 폰트를 사용하면 다양한 언어 환경에서도 브랜드의 목소리를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어,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례: 

TRANSSION의 커스텀 폰트 TransSans: 다언어 환경에서의 브랜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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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스마트폰 브랜드를 운영하는 TRANSSION(전신)은 신흥 시장마다 문자 구조가 크게 달라 기존 폰트만으로는 모든 언어에서 가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onotype과 함께 TransSans를 개발했습니다.

TransSans는 다양한 문자 체계를 폭넓게 지원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완성도와 친근한 분위기를 동시에 갖춘 폰트입니다. 덕분에 TRANSSION은 여러 국가와 언어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브랜드 톤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전 가이드: 브랜드 폰트 선택의 네 가지 경로

전용 서체 브랜드가 충분히 성장했거나 장기적인 디지털 자산을 구축하려는 단계라면 맞춤 제작이 가장 적합한 선택입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브랜드만의 고유한 개성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어 가장 강력한 차별화 효과를 제공합니다.
기존 폰트 수정성장 단계에 있는 브랜드가 기본 폰트에 자기만의 색을 더하고 싶을 때 적합한 방식입니다. 비용 부담은 적지만, 충분히 개성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어 실용성이 높습니다.
폰트 라이선스 구매대부분의 브랜드, 특히 스타트업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게 잘 맞는 선택입니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스타일도 다양해 바로 적용하기 좋습니다.
무료 폰트프로토타입 제작이나 개인 프로젝트처럼 예산이 거의 없을 때만 적합한 방식입니다. 품질 차이가 크고 저작권이나 기술 지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에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폰트는 브랜드가 말 없이도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감정을 전달하며, 기술 변화 속에서도 일관된 경험을 만들 수 있게 합니다. Boehringer Ingelheim의 글로벌 일관성과 TRANSSION(전신)의 다언어 시장 대응 사례는 폰트 선택이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 전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임을 잘 보여줍니다.

커스텀 제작이든 기존 폰트 수정이든 라이선스 구매이든, 가장 중요한 점은 폰트가 브랜드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어디에 쓰이든 같은 톤과 인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모든 글자가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