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와 퍼스널 케어 브랜드는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다루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웹사이트와 광고, 매장 공간까지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소비자는 이런 시각적 요소를 통해 브랜드를 기억하고,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폰트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뷰티 브랜드는 텍스트만으로 로고를 만들고, 폰트가 가진 미묘한 차이를 활용해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합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폰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급스럽게 보일 수도 있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전문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뷰티 및 퍼스널 케어 브랜드 10곳의 공식 웹사이트를 살펴보며, 각 브랜드가 어떤 폰트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브랜드 이미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대상 브랜드
Avène(아벤느) / AVON(에이본) / benefit(베네피트) / Dove(도브) / Estée Lauder(에스티 로더) / LA MER(라 메르) / Maybelline(메이블린) / NARS / OLAY(올레이) / The Body Shop(더바디샵)
관찰 1: 브랜드 정체성과 폰트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뷰티 브랜드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비슷한 제품이 넘쳐나는 만큼 자신만의 개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폰트 선택도 결코 가볍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단순히 읽기 편한 서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폰트를 선택합니다. 또한 로고에서 사용한 시각적 언어를 웹사이트와 광고, 패키지 디자인까지 일관되게 확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폰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급스럽게 보일 수도 있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전문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관찰 2: 유료 폰트 사용에 적극적이다
뷰티 브랜드는 디자인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높은 업종입니다. 따라서 무료 폰트보다 품질이 검증된 유료 폰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폰트 전문 기업과 협업해 브랜드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인상을 만들고,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일수록 다양한 언어 환경에서도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용 서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관찰 3: 오래된 명작과 새로운 서체가 함께 쓰인다
Optima, Helvetica, Futura 같은 클래식 서체는 지금도 수많은 뷰티 브랜드가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서체는 오랜 시간 검증된 가독성과 안정감을 갖추고 있으며,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브랜드만의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비교적 새로운 서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슷한 산세리프체를 공유하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폰트 선택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1. Avène(아벤느): Futura
아벤느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이름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이 지역은 1736년부터 온천수의 특별한 효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아벤느는 이를 기반으로 민감성 피부 케어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아벤느 웹사이트의 본문에는 Futura가 사용됩니다. Futura는 1920년대 바우하우스(Bauhaus) 디자인 운동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서체로, 장식보다 기능과 구조를 우선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과 직선 같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으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탄생한 지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부 과학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온 아벤느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2. AVON(에이본): Proxima Nova
에이본의 시작은 창립자가 책을 판매하면서 함께 제공하던 향기 카드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 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에이본은 여성에게 아름다움과 자신감을 제공하고, 사회가 만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습니다.
공식 웹사이트에는 Proxima Nova가 사용됩니다. Proxima Nova는 균형 잡힌 구조와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인 현대적인 산세리프체입니다. 디자이너 Mark Simonson(마크 사이먼슨)은 이 서체를 "언제나 과한 장식이 없는 폰트"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Proxima Nova는 자신의 존재를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읽히게 만드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긴 문장에서도 안정적인 가독성을 보여주며, 불필요한 꾸밈을 덜어낸 에이본의 브랜드 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3. benefit(베네피트): Sahara Bodoni + Gotham
베네피트의 디자인을 보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유쾌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브랜드답게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아름다움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태도도 드러납니다.
제목에는 Sahara Bodoni가 사용됩니다. 획의 굵기 차이가 큰 세리프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Bodoni 계열 특유의 우아함도 놓치지 않습니다.
본문에는 Gotham이 사용됩니다. Gotham은 미국을 대표하는 산세리프체 가운데 하나로, 명확한 구조와 뛰어난 가독성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강렬한 제목과 안정적인 본문이 균형을 이루면서, 베네피트 특유의 대담하고 창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냅니다.
4. Dove(도브): Helvetica
도브는 오랫동안 '케어'와 '진정한 아름다움'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습니다. 특히 다양한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여성들이 획일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도록 응원해 왔습니다.
도브 공식 웹사이트는 Helvetica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elvetica는 현대 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산세리프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정한 개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인 성격 덕분에 다양한 브랜드와 매체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도브는 상대적으로 가는 굵기의 Helvetica를 사용하고 있으며, 넉넉한 여백과 부드러운 이미지들을 함께 배치해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강조하는 포용성과 신뢰감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5. Estée Lauder(에스티 로더): Optima + Akzidenz-Grotesk
1946년 창립된 Estée Lauder(에스티 로더)는 오랜 시간 동안 혁신적인 기술력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을 이끌어온 브랜드입니다. 창립자인 에스티 로더의 기업가 정신 역시 지금까지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 공식 웹사이트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두 개의 클래식 서체를 함께 사용합니다. 제목에는 Optima가 사용됩니다. Optima는 뷰티 브랜드들이 특히 선호하는 서체 가운데 하나로, 세리프체와 산세리프체의 특징을 절묘하게 결합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균형 잡힌 비례와 우아한 획의 변화 덕분에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인상을 줍니다.
본문에는 Akzidenz-Grotesk가 사용됩니다. 현대 산세리프체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역사적인 서체로, 명확하고 간결하면서도 지나치게 차갑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Optima의 우아함과 Akzidenz-Grotesk의 명료함이 균형을 이루면서 에스티 로더 특유의 품격과 전문성을 만들어냅니다.
6. LA MER(라 메르): Neue Haas Unica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LA MER의 웹사이트는 브랜드 전용 세리프체를 제목에 사용해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본문에는 미니멀하면서도 중립적인 인상을 가진 Neue Haas Unica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서체의 탄생 과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원래 Haas Unica는 Helvetica의 대안으로 개발된 서체였습니다. 한때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점차 사용이 줄어들었고, 오랜 기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이후 Monotype(모노타입)의 타입 디자이너 Toshi Omagari(오마가리 도시)가 디지털 환경에 맞게 서체를 새롭게 다듬었고, 그렇게 탄생한 버전이 Neue Haas Unica입니다.
Neue Haas Unica는 Helvetica가 가진 안정적인 구조와 높은 가독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부드럽고 인간적인 인상을 줍니다. 차갑고 기계적으로 느껴지기보다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LA MER의 전용 세리프체와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룹니다.
7. Maybelline(메이블린): Neue Helvetica
1917년에 설립된 메이블린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크업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메이블린의 브랜드 이미지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대중에게 제안하는 브랜드답게 웹사이트 역시 역동적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웹사이트 전체가 Neue Helvetica 패밀리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넓은 폭과 좁은 폭, 얇은 굵기와 두꺼운 굵기를 적극적으로 조합해 다양한 리듬감을 만들어냅니다. 하나의 서체 패밀리만으로도 충분히 풍부한 시각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8. NARS: Neue Helvetica
NARS는 프랑스 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François Nars(프랑수아 나스)가 1994년에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제품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 전반에서 미니멀리즘을 꾸준히 유지해 온 브랜드로도 유명합니다.
NARS 로고 역시 Neue Helvetic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공식 웹사이트 역시 같은 디자인 언어를 이어갑니다. 제목부터 본문, 세부 설명에 이르기까지 Neue Helvetica 패밀리의 다양한 굵기를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비교적 얇은 굵기를 중심으로 사용해 세련되고 절제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과도한 장식 없이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9. OLAY(올레이): Baskerville + ITC Franklin
OLAY는 과학적인 피부 관리 솔루션을 강조하는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Baskerville과 ITC Franklin이라는 두 개의 클래식 서체를 함께 사용합니다.
제목에 사용된 Baskerville은 대표적인 과도기 세리프체입니다. 획의 대비가 크고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큰 크기로 사용했을 때 특히 우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본문에 사용된 ITC Franklin은 현대 산세리프체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서체입니다. 비교적 좁은 비례를 가지고 있으며, 기계적으로 정제된 느낌 속에서도 손글씨의 흔적이 은은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두 서체가 만나면서 과학적 신뢰감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함께 드러납니다. OLAY가 강조하는 전문성과 친근함을 모두 담아낸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 The Body Shop(더바디샵): Recoleta
The Body Shop(더바디샵)은 영국에서 시작된 퍼스널 케어 브랜드로, 자연 유래 원료와 지속가능성,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웹사이트 역시 이러한 철학을 자연스럽게 반영합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제목에는 Recoleta가 사용됩니다. Recoleta는 1970년대의 다양한 서체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비교적 젊은 서체입니다. Cooper의 둥글고 친근한 형태와 Windsor의 유려한 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냈습니다.
덕분에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주며, 자연스럽고 건강한 더바디샵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또한 제목에서 적절한 존재감을 발휘해 중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강조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