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의 새로운 변신.
모노타입은 오바마 재단을 위해 아이코닉한 서체를 어떻게 발전시켰는가.
한 시대를 대표한 서체.
고담(Gotham)처럼 특정한 문화적 순간과 강하게 연결된 서체는 많지 않습니다. 2007년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에서 핵심 서체로 채택된 뒤, 고담 볼드(Gotham Bold)는 ‘희망’과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글꼴이 되었죠. 단단하고 안정적인 형태에 개방감을 더한 디자인은 오바마 후보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담아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오늘날 오바마 재단이 성장하고 확장되는 만큼,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함께 진화하며 고담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더하고 있습니다.
고담 볼드는 정치 브랜딩의 기준을 바꾼 캠페인의 시각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기하학적 구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교하게 계산된 균형이 숨어 있어 명료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이런 안정감 덕분에 오바마 재단도 자연스럽게 고담을 이어 사용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까지 그 흐름이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재단이 더 많은 프로그램을 펼치고 오바마 대통령 센터(Obama Presidential Center) 개관을 준비하면서, 넓어진 역할을 담아낼 새로운 서체 방향이 필요해졌습니다. 핵심은 고담의 본래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재의 미션을 반영할 수 있도록 더 생동감 있고 유연한 느낌을 더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적인 아이덴티티를 위한 새로운 비전.
오바마 재단은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에이전시 파트너인 Manual Creative와 함께 새로운 서체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프로그램과 환경에서 잘 어울리면서도, 재단의 활동 분야마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고담 버전을 개발한 거죠. 목표는 고담의 분위기를 넓히되, 재단의 다양한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기본 서체를 Gotham Condensed Bold로 정하고, 상황과 메시지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커스텀 스타일을 추가했습니다.
- Gotham Inline – 스포츠나 활동적인 프로그램처럼 활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메시지에 어울리는 스타일
- Gotham Slab – 미국적 전통을 떠올리게 하며, 민주주의·교육·시민 참여 같은 주제를 더 힘 있게 전달하는 스타일
- Gotham Stencil – 스텐실 느낌을 현대적으로 바꾼 서체로, 지역사회 활동과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스타일
이 새로운 서체들은 오바마 재단이 더 분명하고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돕는 동시에, 전체 브랜드의 톤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완성한 장인정신.
모노타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단순히 서체를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Manual Creative와 진짜 파트너처럼 움직였습니다. 에이전시의 디자인 방향과 모노타입의 타이포그래피 전문성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도록 함께 고민한 것이죠. 특히 2005년부터 고담 관련 작업을 계속해 온 모노타입의 크리에이티브 타입 디렉터 사라 소스콜네(Sara Soskolne)는 고담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세 가지 변형 서체는 각각 다른 디자인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고담의 굵고 폭이 좁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읽기 쉽게 만들려면 세밀한 시각적 조율이 꼭 필요했죠. 예를 들어 슬래브 세리프를 넣을 때는 고담 특유의 촘촘한 수직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많은 글자를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했습니다. 인라인 스타일은 선들이 어색하게 겹쳐 보이지 않게 하려고 작업 도중 방향을 바꾸기도 했고, 스텐실 스타일은 기계적으로 잘라낸 듯 보이지 않도록 더 자연스러운 형태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 많은 과제에도 작업은 놀라울 만큼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Manua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크랩트리(Tom Crabtree)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게 흘러간 협업이었다"고 말했죠. "우리 디자인팀과, 특히 사라와의 협업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았고, 사라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바로 이해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좋습니다, 그럼 이걸 함께 잘 완성해 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죠."
모노타입이 오랜 시간 쌓아온 협업 경험 덕분에, 모든 변형 서체는 고담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오바마 재단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분위기를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향해 설계된 서체, 그리고 브랜드
오바마 대통령 센터는 앞으로의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매우 진취적인 기관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타이포그래피도 그 비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한눈에 힘 있고 생동감 있게 느껴지면서도, 재단이 추구하는 목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죠.
재단은 고담의 범위를 넓힌 덕분에, 앞으로 더 다양해질 프로그램들을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을 갖추게 됐습니다. 동시에 처음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요. Manual Creative와 모노타입의 협업은 새롭게 만든 모든 고담 변형이 높은 완성도를 갖추도록 도와주었고, 고담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인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줬습니다.
앞으로도 오바마 재단이 중요한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이 서체는 재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로 꾸준히 자리할 것입니다.
* 이미지는 Manual Creative 제공.